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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지원 1석2조..집부터 삶까지 귀농의 해답은 강진"
사회

"귀농지원 1석2조..집부터 삶까지 귀농의 해답은 강진"

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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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서 염소들을 돌보고 있는 박영철씨와 리모델링한 집에서 자리를 함께한 박씨 부부 ⓒ강진군
축사에서 염소들을 돌보고 있는 박영철씨와 리모델링한 집에서 자리를 함께한 박씨 부부 ⓒ강진군

[중앙통신뉴스] 강진군 도암면 박영철(59) 씨는 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삶을 접고 고향 강진으로 귀농했다.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 대신, 흑염소의 울음소리로 아침을 열게 됐고, 아이들 이름을 부르던 두 손에는 이제 건초가 들려 있다. 귀농 1년 차인 박 씨는 “분필 대신 볏짚, 교실 대신 축사”라며 자신의 변화한 삶을 웃으며 이야기한다.
 

가족과 함께 강진에 둥지를 튼 박 씨는 무엇보다 “함께 온 가족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라고 말한다.

 

함께 내려온 아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에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두 자녀 역시 시골의 느린 리듬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낯설 것 같던 시골 생활은 오히려 가족에게 ‘쉼’과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박 씨의 귀농은 즉흥이 아니라, 오래된 인연이 이끈 선택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 건강이 좋지 않아 약으로 흑염소를 기르시면서 “어미는 내가 데려갈 테니, 새끼는 네가 키워봐라”고 하신 일이 계기가 됐다. 그날 박 씨는 4km나 걸어서 어린 염소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고, 흑염소의 온화한 눈빛에 깊이 매료됐다. 수십 년이 지나, 염소와의 인연은 다시 그의 삶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박 씨는 귀농을 결심한 뒤, 무엇보다 ‘준비된 농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에서 흑염소 관련 1대1 맞춤형 교육을 수료하고, 생산적 연구단체인 흑염소연구회에 가입해 현장 정보를 익혔다.

 

뿐만 아니라 전국 30여 개의 흑염소 농장을 직접 찾아가 축사 구조, 사육 방식, 유통 과정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자신만의 농장 설계를 구상했다.

 

“많이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건강하고 품질 좋은 흑염소를 키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확고하다. 소수 생산과 지인 판매, 건강을 테마로 한 온라인 전문몰 운영도 구체적으로 계획 중이다.

 

이처럼 귀농의 첫걸음에는 강진군의 행정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박 씨는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축사를 새로 지었고, 빈집 리모델링 사업에도 선정돼 빈집 수리비의 절반, 3,000만 원의 보조금도 받았다.

 

“강진은 농사만 도와주는 곳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와서 보니,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웃음이 번진다.

 
그의 고향 강진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학창 시절 늘 성적이 좋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도시의 큰 고등학교가 아닌 강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의 고향 강진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당시 받았던 장학금이 그의 삶을 버티는 힘이 됐고, 그 소중한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박 씨는 언젠가는 자신도 강진에 장학금을 기탁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귀농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로 그는 ‘따뜻한 공동체의 온기’를 꼽았다. 고향 사람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반기듯 맞아줬고, 선배 농가들도 아낌없이 조언과 도움을 건넸다. 박 씨 역시 이웃이 일손이 필요할 땐 언제든 도우며 고마운 마음을 나누고 있다.

 
한편, 강진원 강진군수는 “흑염소처럼 품이 많이 드는 품목일수록, 기술과 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농업 환경이 중요하다”며 “강진군은 축산, 원예, 특화작목 등 다양한 분야의 귀농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고 박영철 대표처럼 준비된 농부들이 강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농업행정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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