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억 여수섬박람회, 주민 호소로 운영 부실 덮을 수 없다

[중앙통신뉴스│정책뉴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둘러싼 음식 가격과 공연 완성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인과 섬 주민의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참여자 개인이 아니라 박람회 운영과 콘텐츠 관리가 관람객의 기대에 미쳤는지에 있다.
박람회장 간장게장백반은 1만4천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소 측은 연평도산 꽃게를 사용하고 있으며같은 업체의 서울 매장보다 3천 원 낮은 가격이라고조직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원산지와 다른 매장의 판매가격만으로 박람회장 음식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관람객이 지불한 가격에는 식재료뿐 아니라 반찬 구성과 양, 조리 상태, 배식 서비스가 함께 포함된다. 특정 방문자가 맛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더라도 다른 이용자가 구성이나 가격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대규모 관람객이 몰려 반찬 제공에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 역시 운영 여건에 대한 해명일 뿐 충분한 사전 준비가 이뤄졌는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조직위원회가 논란 이후 반찬 종류를 늘리고 조리량을 시간대별로 조정하기로 한 것도 기존 운영에 보완할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위는 이용객 만족도 조사에 그치지 않고 식재료 원산지와 중량, 기본 반찬 구성, 판매가격 기준을 공개해 관람객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5일 열린 ‘거문도 뱃노래’ 공연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연에서는 1t 화물차를 배 형태로 꾸민 소품이 사용됐고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공연 완성도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거문도 뱃노래는 멸치잡이 과정에서 불리던 노동요로, 1972년 전라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공연에 참여한 거문도 뱃놀이전수회 회원 상당수는 고령의 주민 전승자다. 이들이 오랫동안 전통을 지켜왔다는 사실과 공연 연출에 대한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조직위에 따르면 해당 공연이 박람회 직접 제작물이 아닌 지자체 연계사업이라는 조직위 설명도 책임 여부를 따질 주요 자료다. 다만 박람회 공식 행사장에서 관람객에게 제공된 프로그램이라면 제작 주체가 별도라는 이유만으로 조직위의 관리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연 편성과 사전 점검 무대 적합성 검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공개해야 한다.
‘703억 원이 투입된 공연’이라는 식의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700억 원은 박람회 전체 사업비로 알려진 금액이며 거문도 뱃노래 한 편의 제작비가 아니다. 공연 수준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전체 사업비가 해당 공연에 투입된 것처럼 연결하면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다. 조직위는 공연별 예산과 사업 주체, 계약 및 지원 내역을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상인과 주민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자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와 전통문화 계승 노력을 앞세워 음식 가격이나 공연 완성도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축소해서도 안 된다. 개인에 대한 공격과 박람회 운영에 대한 검증은 다른 사안이다.
조직위가 해야 할 일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자료를 통한 설명이다. 간장게장백반의 구성과 가격 책정 근거, 지역 연계 공연의 선정 과정과 예산, 사전 검수 기준을 공개하고 부족한 운영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논란은 상인과 거문도 주민의 진정성을 따지는 일이 아니다. 703억 원 규모의 국제행사를 준비한 조직위원회가 음식과 공연 등 관람객이 직접 접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주민의 노력은 보호하되, 공공예산이 투입된 박람회의 책임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