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기차 충전소, 화재 진압장비 '전멸'…대형사고 우려

[중앙통신뉴스]전기차 이용이 크게 늘면서 충전소 안전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운영하거나 관계 기관들이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 상당수가 화재 진압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방치돼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은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농협경제지주가 관리하는 전국 57개 전기차 충전소 모두 질식소화포, 상향식 분사장비 등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가 한 대도 보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하나로마트나 주유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충전소는 더욱 취약하다. 하나로마트 하루 이용객이 2,000명에 육박하지만, 충전소 주변엔 화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 지역 단위조합이 위탁 운영하는 충전소 현황조차 본사에서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21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362개 농협 전기차 충전소 중 단 8곳(2.2%)만이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남부농수산물백화점, 노량진수산시장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 내 충전소 상황도 비슷하다. 지하 4층 등 밀폐된 공간에 설치된 충전소조차 진화 장비가 하나도 없어 사고 시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지적된다.
농협은행 역시 34개 충전소 중 2곳만 진화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산림조합중앙회는 본사는 물론 12개 충전소 어디에도 화재 진압장비가 없었다. 수협중앙회의 경우, 65대 충전기 중 24대에만 과부하 방지장치가 설치됐으며, 노량진수산시장 내 충전기 중 장치가 있는 곳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삼석 의원은 “국민 안전보다 인프라 확충만 앞세우는 태도를 즉시 바꿔야 한다”며 “모든 다중이용시설 내 전기차 충전소는 반드시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대응장비,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관련 기관들은 본사 주도의 일원화된 안전관리 체계를 시급히 구축하고, 예방 중심 대책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