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함평군민 “방사능 위험구역에 국가 유전자원 이전은 불법!” 이전 백지화 선언

박종하 기자
입력
- 한빛원전 25km 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이전은 법규 위반...“사람도 대피하기 바쁜 곳에 가축이라니” - 농진청장, 대통령에게 “주민이 추가보상 요구” 허위 보고 논란... 군민들 “명예훼손이자 기만 행위” 분노
함평군으로 추진 중인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이전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군민들은 안전 기준 위반과 생존권 침해를 이유로 이전 사업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함평군으로 추진 중인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이전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군민들은 안전 기준 위반과 생존권 침해를 이유로 이전 사업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중앙통신뉴스]전남 함평군으로 추진 중인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이전 사업이 국가 안전 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주민들은 이번 이전 계획이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 차원의 안전·행정 신뢰 문제라고 규정하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함평범군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오민수)는 18일 오전 함평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내 국가 핵심 축산자원 기관 이전은 명백한 행정 모순이자 안전 불감증의 결정판”이라며 이전 사업의 원천 무효를 공식 선언했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위반... 행정 모순의 극치


이번 사태의 가장 날 선 쟁점은 단연 ‘안전성’이다. 범대위는 이전 예정지인 신광면 송사리·보여리 일원이 한빛원전으로부터 불과 25km 이내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에 포함된다는 팩트를 정면으로 제시했다.

 

이 구역은 원전 사고 발생 시 인명 대피가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고위험 지역이다. 범대위는 “사람조차 대피 교육을 받아야 할 위험지역에 국가 가축 유전자원을 보호해야 할 핵심 기관을 들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며 “이는 명백한 법규 위반이자 상식 밖의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국가의 종축 자원을 보존해야 할 기관을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은 곳으로 내모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농진청장의 ‘대통령 허위 보고’... 벼랑 끝에 몰린 주민 명예


범대위는 지난 12월 11일 농촌진흥청장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행한 보고 내용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표출했다. 범대위에 따르면, 당시 농진청장은 이전 사업 지연의 원인을 묻는 대통령의 질문에 “주민들이 추가적인 보상(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민수 상임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돈이 아니라, 대대로 일궈온 농토를 뺏긴 농민들이 다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체 농지’와 ‘실질적 생계 대책’이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범대위는 행정 책임자가 자신의 무능을 덮기 위해 선량한 군민을 ‘돈만 밝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사죄와 보고 정정을 요구했다.

 

일방적 희생 강요... “특별한 보상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이전 사업으로 인해 함평군 내 약 178만 평의 부지가 수용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187명의 주민이 정든 고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피해보상이나 정책적 지원 사업은 전무한 상태에서 각종 규제만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 범대위의 설명이다.


범대위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유독 함평에서는 무시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전 사업이 함평군민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사 항전의 의지... “본질은 보상이 아닌 안전과 존중”


기자회견 현장에서 범대위 위원들은 방사능 경고 마크가 부착된 마스크와 노란 우비를 착용하고 ‘졸속 이전 박살내자’는 피켓을 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방사능 위험 지구로의 이전이 갖는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경고함과 동시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군민들의 비장한 각오를 상징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함평군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몇 푼의 보상금이 아니었다. 원전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에 국가 시설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안전 불감증과,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관료적 오만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깔려 있었다.

 

범대위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보상 액수가 아니라 국가가 군민의 생명과 존엄,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라며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청와대, 국회, 전국 단위 연대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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