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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34년, 지방의회의 필요성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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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엽 의원
박준엽 의원

[글/ 담양군의회 박준엽의원]정치학과 정치심리학, 조사방법론 분야의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기억 오류(recall error)’와 ‘자기보고(self-report)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해왔다. 즉, 일반 유권자의 상당수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제 작동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택과 평가가 얼마나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회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의 문제를 살피는 대변자로서 그 역할이 매우 크다.
 

그러나 정작 지방의회의 필요성과 지방의원의 가치가 주민들에게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이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향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목표나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상의 작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군민의, 군민에 의한, 군민을 위한 정치”가 지역 곳곳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의 상황을 잘 고려할 수 있는 지방자치가 가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즉, 주민들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해 정책과 연결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이 바로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다.

 

마을 도로 및 농로 정비, 지역 맞춤형 복지서비스, 다양한 보조 지원사업 등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방의원은 이러한 과정을 실질적으로 이끌며, 조례를 제정·개정·폐지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공직자들의 집행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의회의 기능이 약화될수록 행정은 균형을 잃고, 주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워진다.

 

최근 일부 지방의원의 일탈사례가 언론에 노출되며 지방의회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지방의회 무용론·폐지론’까지 거론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는 개별적 문제의 확대 재생산일 뿐, 지방의회가 수행해온 본질적 역할과 성과를 간과한 시각이기도 하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른 자치분권 시대를 맞아, 지방의회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는 필수적이다. 지방의회와 의원들이 혁신을 준비해 나가야 함에도, 현실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초고령화와 인구 급감, 인구소멸지역 지정 등으로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청년들의 지방정치 진출이 어렵다는 것은 또 하나의 문제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평소 지역에서의 활동성과 얼굴을 얼마나 알렸는지가 중요해지고, 작은 지역일수록 선거는 혈연·지연·학연 등 전통적 요인에 좌우되기 쉽다. 이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청년들의 도전은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좌절을 경험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는 결국 지역의 지속가능성, 나아가 지방자치의 미래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이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청년 후보 육성을 위한 지역 내 공감대 형성, 정당 공천 과정의 투명성 강화, 주민 참여형 의정평가 제도 도입, 의정활동 공개 확대,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전문가 협력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지방의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정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며, 지역의 미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해당 지역 주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보자의 능력과 진정성을 직접 확인하고, 연고나 관행을 넘어 진짜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선택하는 선거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좋은 유권자가 좋은 지방의회를 만들고, 건강한 지방의회가 지역을 살린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완성되며, 아직은 불완전한 제도적 기반은 지속적인 개선을 거치며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 


지방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지방자치를 지키는 일은 곧 주민의 일상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주민과 지방의회, 지방의원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우리 지역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앙통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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