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자전거도로가 사고 유발?” 영암읍 도로 설계 부실 논란

[중앙통신뉴스]전남 영암군(군수 우승희)이 주민 건강 증진과 친환경 교통 활성화를 명분으로 조성한 영암읍 자전거도로가 개통 4개월 만에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총사업비 10억 원(도비 5억·군비 5억)이 투입된 2.2km 구간 자전거도로는 지난 6월 개통 당시 “걷기 좋은 건강 도시”를 표방했지만, 최근 잇따른 추돌사고와 단선 구간 문제로 주민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20여 곳 이상 끊긴 구간이 차량 진출입로와 맞물리며 자전거 이용자는 매 순간 멈춰 서야 하는 구조다. 이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이 규정한 “연속성 확보와 안전한 주행 환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도로 개통 이후 10여 건 이상의 볼라드(안전봉) 추돌 사고가 보고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자전거 도로와 차량 도로를 분리하기 위한 안전시설이 오히려 이용자 시야를 가리고 충돌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군은 민원이 폭증하자 일부 구간의 볼라드를 철거하고 파손된 안전봉을 교체했지만, 이는 ‘뒷북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민들은 “사고가 반복된 뒤에야 조치하는 건 책임 회피”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국가배상법」상 ‘영조물 관리의 하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배상 책임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암읍 자전거도로가 단순한 시설물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 설계 철학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주민의 안전을 위한 사업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면, 행정의 존재 이유를 잃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민들 역시 “우리는 멋진 도로보다 안전한 도로를 원한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점검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 사업은 ‘10억 원짜리 위험도로’로 남느냐, 아니면 철저한 사후 관리와 개선을 통해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