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노조"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민생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 -건강보험 보장률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30조 원의 가계 실질소득 증대 가능 -노조,역대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관리 미흡으로 연간 6조 4,500억 원의 재정 손실 발생
[중앙통신뉴스] 우리나라의 공적 건강보험제도는 국민들로부터 지대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높은 대국민 만족도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던 2020년 7월 한국리서치의 '국민건강보험 평가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1%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압도적인 지지는 건강보험제도가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의무적 가입 설계 덕분에, 본인이나 가족이 아플 때 건강한 다른 국민들의 연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원활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비교적 갈등 없이 운영되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모든 대선과 총선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지속 가능성 제고 등의 정책 공약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64.9%에 불과하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가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보장률이 OECD 평균(76.3%)에 미치지 못하는 정책적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
2000년 7월부터 우리나라는 전국민 단일보험자(NHI)의 '통합된 국가기금시스템(A Unified National Fund System)'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소득 재분배와 전 생애적 위험 분산을 통해 사회연대 원리를 실현한다.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예상치 못한 질병과 부상뿐만 아니라 예방, 진단, 치료, 재활, 출산, 사망 및 건강 증진까지 포괄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Health for All)'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재원 조달은 가계, 기업, 정부라는 경제 3주체가 보험료와 지원금 형태로 분담하게 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제108조의 2) 등에 따르면, 국가는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국고 등에서 지원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 의무를 이행하는 조치로, 사회 전체가 질병 위험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기반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 25주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가계, 기업, 정부 간 건강보험 분담 구조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 부담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동의 없이 정부 책임 법정 지원금을 부족하게 납부하고, 국가 책임 의료급여 재원 등을 건강보험으로 전가하는 부적절한 행정을 반복해왔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위원장 황병래)의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건강보험 법정 지원 미준수로 인한 재정 손실과 누수 금액은 연평균 6조4,534억원에 달한다. 이는 가족 간병 부담을 줄이는 간병비 급여 확대나 전국민 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한 규모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저출생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 사회구조의 심각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8조90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7.9%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922만 명의 진료비가 전체의 44.1%를 차지한 셈이다. 이러한 인구 사회구조 변화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 측면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편을 요구한다. 인구 고령화는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불가피한 미래이며, 이에 따른 지출 증가분을 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노인의료비의 가파른 증가는 건강보험료 기여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 위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된 현행 건강보험 부담 구조와 민간 의료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로는 생산 연령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 심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또한 건강보험 재정은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축소 등에 의한 수입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 증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야기된 의료 공백 대응 비용과 필수 의료 수가 인상분 등이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기에 건강보험 당기 수지 전환 시점과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이 더욱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예상한 건강보험 적자 전환은 2026년,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8년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건강보험 최우선 과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 준수이다. 건보노조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법정 기준을 준수하도록 개선하고, 재정 누수 방지 등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해주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반복된 역대 정부의 법정 지원 미준수와 건강보험 재정 빨대 꽂기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025년 6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금까지 가계와 기업에 집중된 건강보험 재정 부담 구조를 경제 3주체의 하나인 정부 책임으로 균형 있게 안분하는 정립형 분담 구조를 정착시킬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긴급한 재정 수요로 건강보험 재정 차입 시 다음 회계연도까지 반드시 정산 반납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재정 정산 조항”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 등 재난 경감이나 차상위 의료 수급권자의 정부 지원금 미정산과 같이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국민과 기업에게 떠넘기는 탈법적 관행을 법적인 사후 정산 체계로 관리하여 가계와 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는 정의로운 재원 분담 구조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건강보험법상 5년 단위의 정부 지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항구 법정화하고, 정부 지원 기준과 규모를 현행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에 상당하는 재정”에서 “전전년도 65세 이상 노인 급여비의 50%”로 변경하여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노인의료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법정화하자고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정부 지원 기준과 규모를 전전년도 65세 이상 노인 급여비의 50%로 개정한다면 2025년 기준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은 18조6,821억원으로 가계·기업 부담 보험료 87조5,643억원의 21.3%에 해당한다. 향후 65세 이상 노인 급여비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기에 정부의 1/3 분담 구조는 빠르게 충족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간 가계와 기업이 부담한 건강보험료 규모는 41조5,938억원에서 82조1,036억원으로 40조5,053억원(97.3%) 증가하였다. 정부 지원금도 4조6,553억원(73.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차상위 수급자 건강보험 전환과 공무원 복지 포인트 건강보험료 미부과 등 역대 정부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매 회계연도마다 반복되는 재정 손실분을 반영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 증가는 사실상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건강보험 재원 중 총 보험료 수입에서 최소 36%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후기 고령자 진료비의 50%를 포함해 28% 전후의 국가 부담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아직도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10% 이상 낮다. 이로 인해 가계 지출에서 의료비 직접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 국민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국민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켜 국민 가처분 소득 감소, 의료 서비스 기피로 인한 건강권과 노동력 상실, 소비 침체와 생산력 저하, 국가 경제력 약화의 악순환 심화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지난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을 제기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금기시한 유일한 정부로 기록되었다.
건보노조는 통합 건강보험 출범 25주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건강보험제도의 총체적 문제를 개선하는 비전과 대안을 담은 정책 공약과 로드맵을 제시하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아울러 6월 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건강권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 재원 조달과 지출 관리, 양질의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과 공공 의대 설립, 민영 의료보험 통제, 혼합 진료 억제 등의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중·장기 발전 계획을 포괄하는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성안하여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로 인한 소비 활성화로 민생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노조가 OECD 통계와 보건복지부 발표 국민 보건계정보고서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회원국 평균 보장률로 확대 시 가계 최종 소비 지출에서 의료비 본인 부담 지출 비중이 1/2로 줄어들어 연간 약 30조원의 가계 실질 소득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1% 증가할 때마다 약 2조6,300억의 소비 활성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건보노조 황병래 위원장은 “국민이 건강할 때만이 국가는 성장 동력을 가진다”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이 준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도 이번 20일로 예정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비급여 억제를 위한 적정 진료 준칙이 결의되어 국민 의료비 부담이 적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