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넘쳐나는 지방행사 ‘혈세’로 업적 쌓기 비난 피하기 어렵다

박종하 기자
입력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무려 1839억원의 혈세 투입 -전국 지자체 매년 1조 8,000억 축제·행사 예산으로 탕진
본문의 이해를 돕기위한 AI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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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신뉴스│정책뉴스]

 

지난 달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여수시가 공동 개최한 개최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예산낭비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박람회와 관련, 각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주행사장인 여수 돌산 진모지구는 "고급 비닐하우스 전시장"이며, 콘텐츠는 "유치원 학예회 수준"이라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행사를 위해 투입된 예산만 무려 1839억 원에 달 하지만, 관람객이 체감할 수 있는 축제 콘텐츠나 문화 전시가 아니라 여수 전역의 도로 정비, 해상교량 건설, 상하수도 환경 개선 등 '토목 인프라' 사업에 집중됐다고 꼬집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 행사 개최와 세금 낭비에 엄중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여수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매년 지출되는 지역행사 예산만(2025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축제, 지자체 통상 행사·축제 경비 포함)무려 8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자체의 행사 개최 수를 종합하면 총 1,214개이며, 단순히 이를 한 행사당 예산으로 나누면 축제 1개당 평균 예산이 약 5억 1,000만 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예산 1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축제도 149개로 시민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의 상당액이 이 같은 행사나 축제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 아니라 지자체 재정공시 '행사·축제 경비' 전체 문체부 집계 축제 외에 각 지자체가 편성하는 각종 기념식, 주민 행사, 문화·체육 행사 등 지방재정공시상의 '행사·축제 경비(민간행사보조, 행사운영비 등)'를 취합하면 총예산 규모가 약 1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지자체의 축제·행사 예산은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많은 부분 단체장이 업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년 예산의 폭이 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살림살이는 단체장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매년 가을이면 도로 곳곳은 외지 차량과 소음, 그리고 화려한 축제 현막으로 가득 찬다. 

 

문제가 되었던 전남 여수시를 비롯한 전남 지역 지자체들이 수십 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대형 국제 행사에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방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유명 가수의 초청 공연에 주민들은 순간의 흥겨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행사가 끝난 뒤 텅 비어버린 지방 재정표를 바라보면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깊은 의구심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행사 예산의 비효율성과 낭비성 구조다. 지자체들은 축제나 대규모 행사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최고의 통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장의 실상은 다르다. 천편일률적인 푸드트럭, 외지 대행업체 위주의 계약 구조, 일회성 공연에 쏠린 예산 배분으로 인해 막상 지역 소상공인이나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행사가 끝난 후 남겨지는 쓰레기와 교통 체증, 상권 악화 등 피해는 온전히 거주민의 몫으로 남는다.

 

지방교부세 감소와 고령화, 인구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속에서 지자체의 자립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필수 복지 예산이나 도로·하수도 등 기초 인프라 개선, 청년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한 재원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반면 수시로 신설되거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축제·행사 예산은 단체장의 표밭 관리와 선심성 치적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손쉽게 통과되곤 한다. '재정건전성'이라는 지자체의 기본 책임이 선거용 치적 쌓기에 뒤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사 개수를 늘리거나 예산을 과시하는 경쟁이 아니다. 엄격한 사전 타당성 검증과 객관적인 사후 평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투입된 예산 대비 지역 상권에 실제로 미친 영향,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 구축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하여 성과가 미흡한 행사는 과감히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불꽃쇼로 수억 원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도한 일회성 행사 예산을 줄이고, 이를 지역 미래 인프라와 주민 생계 안정, 인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에 투입하는 것만이 지방소멸의 시대에 전남 지자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축제의 조명이 꺼진 뒤 남겨질 지역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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