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 공무원 정신건강 악화, 정부 상담체계 ‘단기 처방’에 그쳐

[중앙통신뉴스]대규모 재난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는 물론 소방·경찰 등 재난대응인력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를 국가가 장기적으로 책임지는 법적 근거가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시갑)은 29일, 재난대응인력에 대한 체계적·지속적 심리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문화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신건강복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재난 피해자의 심리 회복까지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며 “특히 현장 공무원 등 대응인력의 상담 참여율과 치료 연계율이 낮아 실질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가트라우마센터 ‘통합심리지원단’ 상담 3만3천여 건 중 실제 치료·관리로 연계된 비율은 2.9%(951건)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태원 참사 1.2% ▲화성 공장화재 6.2% ▲여객기 참사 14.6% ▲울산·경북·경남 산불 1.6%로 대부분 치료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경찰·소방공무원 등 대응인력의 경우 이태원 참사 당시 전체 상담의 2.7%만 초기 상담에 참여, 여객기 참사에서도 15.1%만 치료 연계가 이뤄지는 등 사각지대가 컸다.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9~2024년) 소방공무원 **PTSD 위험군은 5.6%→7.2%, 우울 위험군은 4.6%→6.5%, 자살 위험군은 4.9%→5.2%**로 증가해 전반적인 정신건강 악화 추세가 뚜렷했다.
복지부는 현재 재난·참사 발생 시 국가 및 권역별 트라우마센터(호남·충청·영남·강원권)를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해 피해자·유가족·대응인력에 대한 상담 및 응급심리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나, 단기 상담에 그치고 지속적 치료·재활 체계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재난대응인력의 심리적 안정 및 사회적 적응 지원 시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제4조 제7항 신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재난대응인력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치료·재활 지원을 담당(제10조 제1항 제8호 신설), ▲심리치료·재활을 포함한 심리지원 프로그램 개발 근거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 의원은 “재난 대응인력과 피해자 모두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