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건설 현장의 안전, 어떻게 지킬것인가

[중앙통신뉴스]항만은 국가 물류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 시설이지만, 그 건설 과정은 언제나 ‘위험’과 맞닿아 있다. 대형 장비가 오가고, 해상과 육상이 결합된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항만건설 현장은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고위험 사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항만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예방과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12월 5일, 세종시 해양수산부 중회의실에서 8명의 분야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이번 자문위원회는 단순한 형식적 조직이 아니다. 항만건설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관리 개선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조사와 자문까지 수행하는 전문적 협력 체계로 설계됐다. 임기는 2027년 10월까지로 설정됐다. 이기간동안 전문가들은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항만건설 현장, 왜 중대재해 위험이 큰가
항만건설은 토목, 건설, 해양공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위험 사업이다. 해상 크레인 작업, 수중 굴착, 대형 구조물 설치 등은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기상 조건, 파도, 조류와 같은 자연 요소까지 변수로 작용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만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는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중소 협력업체가 많은 현장의 특성상, 안전관리 인력 부족과 시스템 부재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수산부가 전문가 집단을 전면에 배치하고, 정책적·기술적 자문을 상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주목되는 전문가, 유일한 건설 분야 산업안전지도사 참여
8명의 자문위원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안전일터관리원 이재원 대표다. 그는 이번 위촉에서 유일한 건설 분야 산업안전지도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에서 건설 재해예방 기술지도, 위험성 평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컨설팅을 수행해 온 현장형 안전 전문가다.
그의 이력 중 가장 특별한 점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며 중대재해 수사업무를 직접 맡았던 경험이다. 책상 위 매뉴얼이 아닌 ‘사고 현장’에서 실제로 위험을 마주했던 경험이 그의 전문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LH, 농어촌공사, 한전KDN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안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복잡한 건설 현장의 안전 리스크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디지털 기반 안전 관리 ‘안전나우’… 항만 현장에도 적용될까
이재원 대표가 이끄는 ㈜안전일터관리원은 최근 시스템 개발사 다온플레이스(주)와 함께 재해예방 통합관리시스템 ‘안전나우’를 구축했다. 2026년 본격 운영을 앞둔 이 시스템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목표로 만들어진 플랫폼으로, 위험요인 관리·점검·모니터링을 통합해 실시간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기반 안전 관리 시스템이 항만건설 현장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다양한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위험 요소가 시시각각 변하는 항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대재해 없는 항만건설”을 위한 첫걸음
이재원 대표는 자문위원 위촉 소감을 통해 “국가 기반 시설인 항만건설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이라며, “공공과 민간의 모든 현장에서 재해와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자문위원회가 항만 안전 정책의 질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현장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기존의 관행적 안전 관리 방식을 넘어 ‘과학적·체계적·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 항만건설 정책 변화 주목
항만건설 현장에서의 중대재해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국가 물류체계 마비, 예산 낭비, 사회적 신뢰 저하 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그만큼 ‘안전’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이며, 비용이 아닌 ‘투자’로 간주돼야 한다.
이번 자문위원회 출범은 정부가 이러한 인식을 정책적으로 구체화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앞으로 전문가들의 활동과 정부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항만건설 현장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사고가 나면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위험을 없애는 진정한 ‘예방 안전’의 시대가 열릴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