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적지 국가관리 본격화…28년 만에 국비 지원 첫 확보

[중앙통신뉴스]5·18민주화운동 현장의 상징인 ‘5·18 구묘지’와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보존과 활용의 길이 열렸다.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9일, 2026년도 정부 예산에 ‘5·18 구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 설계비’ 7억1,300만 원과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설계비’ 4억4,500만 원이 최종 반영됐다고 밝혔다.

‘5·18 구묘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비극의 현장이자 민주화 진상규명의 출발점이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전두환 정권의 묘지 폐쇄 시도를 막아낸 공간이기도 하다. 이후 이한열 열사 등 여러 민주인사가 이곳에 안장되며, 오늘날까지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상징적 장소로 남아 있다.

광주시는 이곳을 ‘빛의 혁명 발원지’, 즉 ‘K-민주주의 체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각계 대표와 추진협의체를 구성했으며, ‘5·18 구묘지 민주공원’이라는 공식 명칭도 확정했다. 역사관 콘텐츠 구성 협의도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2027년까지 설계 작업을 마치고,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추진된다.

또 다른 5·18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 역시 국비 50%를 지원받아 보존·활용 사업에 들어간다. 이곳은 1980년 당시 시민들이 피를 나누고 부상자를 돌본 ‘생명 나눔의 현장’이자,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병원 외관은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내부는 5·18의 역사와 의미를 미래세대가 함께 기억하고 치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2027년까지 설계를 거쳐 2028년까지 리모델링 공사가 추진된다.

광주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회·정부를 25차례 넘게 방문하며 관련 예산 반영에 총력을 쏟았다. 국회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결국 두 사적지 모두 국가예산 책정에 성공했다.

광주시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옛 광주교도소, 국군광주병원, 505보안부대 등 주요 사적지의 종합적 보존·활용계획을 마련하고, 5·18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고, 사적지가 국가 차원에서 보존·활용되는 새 시대가 열렸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될 소중한 성과로, 앞으로도 민주·인권 도시 위상에 걸맞은 보존·계승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