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번호 개통했더니 ‘쇼핑몰 판매자’…연락처 방치가 부른 피해

[중앙통신뉴스]온라인 플랫폼은 편리함을 약속해 왔지만, 관리되지 않은 정보는 때로 개인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거래의 주체는 사라졌는데, 연락처는 남는다. 그리고 그 번호를 떠안은 것은 아무런 책임도 없는 개인이다.
지난해 10월 새 휴대전화 번호를 개통한 시민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로 오인됐다. “상품이 배송되지 않는다”, “판매자 아니냐”는 전화가 반복됐고, 일부는 사기 의혹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확인 결과, 해당 번호는 과거 두 개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판매자가 사용하던 연락처였다. 번호는 통신사 정책에 따라 재사용됐지만, 플랫폼에는 여전히 판매자 연락처로 남아 있었다. A씨는 해당 판매자와 어떠한 계약 관계나 사업적 연관도 없는 일반 개인이다.
A씨가 직접 확인한 결과, 문제의 번호는 특정 플랫폼에서 29개 상품의 판매자 연락처로 기재돼 있었다. 판매자의 영업 여부나 폐업 상태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상품은 노출돼 있었고 구매도 가능한 상태였다.
A씨는 플랫폼에 공식 문의했지만, 즉각적인 연락처 비활성화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다른 플랫폼에서도 폐업 관련 안내 문자를 받았으나, 구체적인 사업자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며칠 뒤 일부 계정의 정보 오류가 있었다는 정정 안내가 뒤따랐다.
결국 A씨의 번호는 판매자와 무관하게 잘못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정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정신적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었다.
이 사례는 특정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판매자 상태가 불분명하거나 연락처 정보가 실제 사용자와 일치하지 않음에도, 관련 정보가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는 여러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로 인한 항의와 분쟁의 접점은 플랫폼이 아니라 개인에게 직접 향한다.
문제는 개인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판매자 상태가 명확하지 않은 상품이 구매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경우, 배송 지연이나 환불 분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행 법령은 플랫폼의 정보 관리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연락처 정확성 검증이나 장기 미활동 판매자 관리, 민원 이후의 신속한 조치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번호 재사용이 일반화된 통신 환경 변화에 비해, 플랫폼의 정보 갱신 체계는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완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자는 사라졌지만, 번호는 남았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운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시간과 감정 노동이었다. 플랫폼의 성장 속도에 걸맞은 책임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피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