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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5·18민주화운동’운동 왜곡...한강 작가에 대한 비난과 막말
박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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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0년 제26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을 받아는 등 주목을 받아 왔다. 게다가 출판계도 덩달아 웃음기가 돌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세계적 작가의 탄생은 침몰하던 출판계가 환호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한 듯 한강 작가의 서적은 노벨상 수상 발표 직후 이미 각 서점에서는 동이 났고, 출판사는 밤샘 작업을 해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니 가히 한강 작가의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일부 보수진영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강 작가를 비난하고 나서 우려와 함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다. 한강 작가는 1980년 전두환 등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수백명의 시민을 총칼로 학살한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한강 작가의 시각으로 승화시킨 소설이다.
특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실제 인물로 알려진 문재학 열사의 유족들도 “5·18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한강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소설 속 문재학은 1980년 5월 항쟁 당시 광주상고 1학년생으로 전남도청을 사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계엄군의 총탄에 맞서다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두고 한강 작가의 작품을 비난하고 나선 보수 작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비난에 가세하고 나선 것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힐 정도로 한림원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적시했지만, 오히려 국내 문화계 일부 인사들이 비난 대열에 합세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치졸한 행태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 소설가 김규나씨는 자신의 SNS에 한강 작가를 향해 노벨 가치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는 글로 비난의 선두에 서 있다.
이들의 이 같은 비난과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이른바 ‘뉴라이트’인사들의 막말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어 보인다. 특히 광주민주항쟁과 관련한 보수진영의 역사 왜곡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도를 넘어도 지나치다는 국민적 평가가 대다수라는 것은 감안하면 이들이 조직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나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김규리씨의 글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렇다. 그는 “부정적으로 언급하면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할 테지만, 시대의 승자인 건 분명하나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상은 아니다”라며 “꼭 동양권에게 주어야 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고 말하고 “한림원 심사위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를 돌렸을 것”이라 밝힌 것이다.
게다가 이전부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에 앞장섰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의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광역시도 김광동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광주시는 14일, 김광동 발언 꽌련 보도자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북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에 큰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망언을 일삼은 것은 광주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광주시가 밝힌 것과 같이 윤석열 정부들어 고위직 공직자와 문화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역사 왜곡은 우리나라 국민을 향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18민주화운동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고, 역사의 진실을 바로잡아야 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으로서 자격미달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망언을 즉각 사죄하고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단순히 경고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란다. 더불어 한강 작가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도 중단되어야 하며, 우리의 아픈 상처를 후벼파는 행위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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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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