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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남 화순군의 공직자 청렴도 상승이라는 평가에 덧붙여
박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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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임무 망각하면 우리의 밝은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중앙통신뉴스]과거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비리가 용인되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다. 어쩌면 그 것이 어느 정도의 ‘미덕’이라 이름으로 둔갑해 일상화되었게 사실이다. 특히 사업과 관련한 민원이 많은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우스운 말이지만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길들여져 있던 이들은 어느 정도 비리가 용인되었을 때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도 했다. 관급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단체장과의 인맥을 동원하기 위해 이른바 줄서기와 로비가 성행했었고,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도 횡횡했었다.
입찰이라는 공정한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맥을 통해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시도는 심상찮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특히 일부 사업자들이 당선이 유력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돕는다는 미명아래 선거판에 뛰어들어 눈도장을 찍는 일은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일정액 이하 공사에 대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 가능해서다. 그러한 이유로 선거 직후 많은 잡음이 생겨나기도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실제로 일부 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정부기관인 국가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각 기관이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청렴도 조사를 실시해 평가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존속하고 있다. 물론 청렴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지 일반적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다면 평가를 통해 선정한다고는 하지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권익위원회가 전국 모든 지자체를 대상으로 청렴도를 평가해 발표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자체에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매우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남 화순군(군수 구충곤)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종합 청렴도 3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도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말이다. 화순군이 내부청렴도 평가 중 인사 분야에서는 9.08점을 받아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단다. 이 부분에 주목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인사와 진급 등에 대해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를 놓고 많은 잡음이 발생했었다.
금품이 오가거나 단체장의 측근인 정무직 공무원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로비를 하는 등 매우 부적절한 접대도 일상화되었던 일들 말이다. 하지만 오래전 관행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어떻게 하면 시민에게 불편함 없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신이 입신보다 시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 희생하는 참 공직자상은 우리나라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상일진데 말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화순군에 대한 종합청렴도는 7.54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0.44점 상승했다.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에서 각각 7.61점, 7.96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1등급 상승해 올해 2등급을 받았다.
조직 청렴문화, 부패방지 제도, 인사, 예산 집행, 업무지시 공정성 등 15개 항목 평가에서 7.96점으로 전국 군 단위 평균 7.45점을 웃돌았다. 전체 지자체 평균 7.59점보다도 0.37점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부청렴도도 지난해보다 0.62점 상승했지만, 등급은 4등급을 받는 수준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었으나, 인허가 분야 평가에서 9.40점을 받아 큰 폭의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구충곤 화순군가 지난 해 2020년 화순군을 ‘청렴 정착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강도 높은 청렴 시책을 추진한 결과의 산물일 게다. 물론 화순군이 한단계 상승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선언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군수 스스로 청렴한 화순군 만들기에 적극 나선 결과로 보인다.
아무리 단체장이 선언적 구호를 외친다 하여 공무원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구충곤 군수 스스로도 파악하고 있어서일 게다.
이를 구 군수는 방문민원에 대한 만족도 조사, 불허가·반려 민원 사전 설명제, 청렴도 향상 추진대책 보고회, 청렴도 우수기관 멘토링제 운영 등 다양한 형식의 군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은 안 그래도 많은 현안으로 눈코 뜰 새 없을 단체장이 공무원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 붙는 것은 향후 지양되어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공직자들에 있어 청렴은 생명(生命)과 같은 것이다. 수 만명의 시민의 삶의 향상과 군의 발전을 위해 24시간 잠잠 안자고 노력해도 어려운 판에 공직자들의 청렴을 위해 에너지와 일정부분 예산을 소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스스로 법과 원칙에 다른 행정을 수행하고, 선진적 행정 서비스를 발굴, 제공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공직자들의 자세는 선언적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화순군이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하겠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단체의 장이 공직자들의 청렴도를 높이고, 시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 및 부정한 청탁을 선언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어서다.
아울러 본지(本紙)는 수 년간 전남 각 지자체에 대한 각종 평가에 대한 분석과 향후 과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화순군은 물론 넓게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장의 관리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공직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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