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노총 ‘광주형 일자리’ 일방적 파기 용납 안돼

[중앙통신뉴스]노사(勞使)상생은 어려운 것인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노사 양측의 논란 끝에 추진되던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타 지자체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업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모토가 된 것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기본으로 한 사업이었으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최대의 과제를 안고 있던 문재인 정부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시급했던 광주시, 그리고 새로운 노사정 협력 체계를 통해 신개념 일자리 창출에 동의한 현대자동차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광주시에 ‘빛그린 산업단지’ 내에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고, 이후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8년 5월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7000억원(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을 투입해 빛그린 산업단지 내 62만8000㎡ 부지에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양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장 설립 시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상 최대의 사업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부터 난항을 겪은 것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노동계가 정부와 광주시 그리고 현대차가 제시한 임금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주장은 주당 근로시간 44시간에 초임 연봉 3,500만 원을 책정한 것은 심각한 노동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노동계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등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제공하고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상당부분 해법을 찾았었다. 하지만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4월 2일 오후 광주형 일자리 참여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 그래도 치솟는 실업률에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 노사정이 합의한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광주형 일자리 불참 선언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노동계가 우리나라 사회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고, 노동자들의 기본권 및 최저 생계비 확보를 위한 가열찬 투쟁의 역사를 부인하지 않는다. 노동자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노동계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오늘 광주형 일자리 불참 결정을 내린 것에 많은 시민은 우려와 함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자본(資本)의 욕심과 무능한 행정의 벽을 넘지 못했고,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相生)의 일자리 모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었어야 한다.
특히 적정임금과 적정노동시간의 보장 요구는 합의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여 합의안의 불합치로 인한 논란의 경우,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애당초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인 광주시와 노동계, 현대자동차 등 3 주체가 협상력을 발휘했을 때 광주형 일자리는 성공적으로 완착시킬 수 있다.
자신의 주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사업 파기를 선언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고, 실업 상태에 놓인 많은 청년은 광주형 일자리가 논란을 종식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노동계가 주 44시간 노동과 평균 연봉 3,500만원으로 하고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선진임금체계 도입을 요구한 것은 노동계 입장에서 당연하다. 이런 와중에 노사 양측은 그동안 쟁점이었던 5년 간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안에 대해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노사 양측 모두의 승리인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대면 어떤 난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엽적 문제인 대표이사 선임 문제와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협상의 틀을 깨고 불참을 선언한 것은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계가 기왕에 노사 상생을 위한 위대한 결정에 내린 만큼 부차적인 문제는 사업을 추진해 가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광주 시민과 국민의 요구는 타협과 협상이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오늘(2일) 노동계 불참 선언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광주형 일자리가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야망을 완성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계도 엄중한 경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그럼 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미 2년여의 긴 시간 동안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상력 발휘해 쟁점 사안을 해결해 왔으나 사업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 비쟁점 사안을 문제 삼아 불참을 선언한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국민과 타 지자체의 모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번 사업, 국민의 기대와 염원을 담아 노동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한보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추진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수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간절함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 시행 주체인 GGM 또한 노동계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노사가 합의한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소통, 투명경영과 동반성장 및 상생 협력을 위한 대의가 바래지 않기를 기대한다. 특히 노동계 불참에 앞서 이용섭 시장이 노동계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노동계도 사업 불참 선언을 거둬들이고 상생의 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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