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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댐의 작은 구멍을 막는 청탁금지법

기사입력 2017-11-15 오전 10:00: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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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양동석] 작년 여름은 여러 가지로 제게 잊힐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학업을 위하여 유예했던 공무원 임용이 8월 16일로 확정된 해이기도 했으며, 이른바 취업계를 통하여 남은 학업을 마치려 했다가 급작스럽게 막힌 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1년의 임용유예를 하고도 졸업까지 학기가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임용유예를 하기에는 스스로 부담스러웠기에 남은 학기를 취업계를 통하여 채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미리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취업계를 부탁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학업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8월 16일부로 전남서부보훈지청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9월 2일, 교수님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당일 오전 교수회의에서 취업계가 일종의 청탁으로 보일 여지가 있어서 청탁금지법의 시행에 따라 취업계가 금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사이버대학으로의 전학까지 알아봐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고, 속으로 그 시행을 응원하였던 이전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원망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다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의 취업계를 보자면 청탁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취업계는 말 그대로 취업한 학생에 대하여 교수님이 ‘재량’으로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점수를 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비록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낮은 점수를 준다고는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 꼬박꼬박 출석하고 시험까지 치른 다른 학생과 차별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청탁금지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청탁금지법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면서도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뉴스에서 연일 보도하는 거대한 비리를 척결하는 정도만을 생각하였고, 이에 큰 사유 없이 당연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청탁금지법을 관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청탁금지법은 뉴스에서나 나올법한 거대한 비리를 척결하는 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사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대학교 취업계 같은 작은 청탁들을 막기도 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그런 작은 것들은 사회생활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청탁들이 모이고 그것이 사람들의 인식 사이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질 때, 큰 청탁이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와 같이 학업이 남은 상태에서 취업을 한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에서 취업계를 교칙으로 정하여, 남은 학업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사회생활에서 용인되어야할 청탁이라면 취업계처럼 사회 제도의 시스템으로 편입되어 시행되면 될 것입니다.

 

저는 현재 민원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민원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어르신들이 아직 청탁금지법을 잘 모르시거나 소액이라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면서 음료 등을 가지고 오십니다. 분명 그 음료에는 민원 업무를 잘 처리해줘서 감사하다는 순수한 의미만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작은 순수한 의미들이 쌓이고 사회 인식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면 훗날 큰 청탁이 들어왔을 때, ‘이 정도는 괜찮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댐을 무너트리는 것은 댐에 나있는 작은 구멍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것은 용인하고 큰 것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청탁금지법이 지향하는 청렴한 세상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청렴한 세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가장 큰 난관은 고위층의 거대비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작은 청탁입니다. 작은 지류들이 모여서 큰 강을 형성하는 것처럼 개개인의 청렴들이 모여서 청렴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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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박종하 (ikbc88@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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